친구가 빌려줘서 읽게 된 책. 책에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 '베니'는 나도 싸이월드시절 스킨으로 사용해봐서 익숙했는데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책을 읽기전까지는 그냥저냥 소소한 심리책 아닐까 했는데, 책 읽은지 얼마안되서 내가 눈물 뚝뚝 흘리고 있을 줄이야... 카페에서 청승맞게 눈물흘리며 책을 읽다니...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작가가 자신의 사연을 슬프게 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문장력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느낌인데, 어디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지... 듣지 못하고 점점 시력까지 구작가. 힘들어 했지만 끝내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가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까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담담히 써놓았는 데 사실 그것들이 보통 사람들에겐 너무 평범한 일들이라 더 슬펐던 것 같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전부 저에게는 선물이었어요.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거든요. > 지금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고 생각했더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그래도 괜찮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절대 구작가를 동정하거나 그 사람보다 내 처지가 나아서가 아닌, 보고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시간 등 내가 가진게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은 30분만에 읽어버렸지만 책의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다.
01. 너무 아팠지만 돌아보면 선물 같았던 어제
02. 하고 싶은게 많아 설렘 가득한 오늘
03. 두근두근 희망으로 기다려지는 내일
04. 나에겐...너무 소중한 하루하루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어요.>
귀가 들리지 않아 말을 할 수 없었던 저는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했어요.
엄마는 말을 해보지 못한 제 혀가 굳을까 봐
설탕을 입 주변에 묻혀 빨아먹는 연습을 하게 했어요.
계속 움직여야만 혀가 굳질 않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소리를 낼 수 있게 제 손을 엄마의 목에 갖다대고
그 울림을 느끼게 해주셨어요.
그러고선 다시 제손을 제목에 갖다대고
비슷한 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연습을 쉬지 않았어요.
그냥 놀고싶었던 저와 하나라도 꼭 가르쳐주고 싶었던 엄마
아무도 모르는, 나와 엄마만이 아는 시간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지루하고 힘겨웠던 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네요.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자라면서 가는 길마다 높고 두꺼운 벽이 나타나고 또 나타났어요.
그벽을 하나씩 매번 부딕쳐가며 허물었고,
그럴수록 마음에 반창고가 하나둘 늘어났어요.
결국 '한계'라는 큰 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어요.
더 이상 무거운 벽을 이겨내기엔 제게 남아 있는 힘이 없었어요.
결국 가장 좋아했던 학교, 어렵게 합격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되었어요.
그림만이 유일한 의망이었는데 말이죠
현실에 대한 실망.
자신에 대한 실망
여러 실망이 마구마구 뒤엉키면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씁쓸했어요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어설픈 이력서를 가지고 세상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나 겉으로 보이기만 멀쩡할 뿐,
어떤 소리도 알아듣지 못하는 저를 아무도 원하지 않았어요
무두에게 거절만 당했어요
그떄의 세상은 저에게 너무 거칠었고 차가운 잿빛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멍하니 집에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블로그.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많은 예쁜이름들 중에서 딱 떠오른 이름하나 '구작가'
'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내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그럴수만 있다면 그림으로 희망을 주고 싶어'
제 모든 소망을 담은 이름, 구작가
그 이름으로 모든 걸 시작하게 되었어요.
<세상이 자꾸만 어두워져요>
기분 좋은 봄날
그런데 갑작스러운 싸이월드의 하락
분홍빛이었던 세상이 다시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텅텅 빈 공간에 저만 덩그러니 남겨진 듯했어요
아무도 없고,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는
'나는 이제 필요없어진 걸까?'
날카로운 가시밭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았어요
혼자만 헤매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걸어도,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쏙 걷다보면 푸른 초원이 펼쳐질 거라고 믿었지만,
아무리 가도 그 초원은 보이지 않았어요
<살아 숨쉬고 있는 한 절망만 할 수는 없어요>
'나는 왜 재미없게 살고 있었을까'
'왜 남들이 사는대로 살려고 했을까?'
'나는 왜 절망만 했던 걸까!
남의 조건과 환경을 부러워하다보니 부러움이 비교가 되어버리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행복지수가 낮아진게 아닐까
내가 가진 것이 남보다 없다고 생각한 건 단순한 비교가 아니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은데 스스로 포기한 것은 아닐가
사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다른 사람드로 그렇지 않을까
사라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왜 내것만 자꾸 뺏어가는 걸까요>
잿빛으로 느껴졌던 세상이,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느껴졌어요
설명할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한,
새까맣게 탄 마음을 안고 어쩔 수 없어 떠났어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어요...
그때는 타인을 돌볼 여유가 없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한 소년을 만났어요.
모든 것을 잃은 소년도 저렇게 꿈을 꾸며 좋아하는데
제게는 그래도 많은 것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빛이 아직 남아 있잖아요>
첫눈, 이제와서 처음 첫눈을 보니 그 눈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그리고 아직 첫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어요 아렸던 내마음...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선물
첫눈이 제게 선물이었어요. 내마음을 알아주는 선물,
하얗고 깨끗하고 순수한 눈,
그 눈이 제 마음을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했어요
'그래, 이제부타 나를 위해... 앞으로의 시간은 행복하게 살아보자.
아무런 후회도 없이... 눈이 안보이게 된다고 해도 미련이 안 남게 살자'
눈이 보일 떄 할 수 있는 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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